[기자의 눈] 같은 상황, 다른 결과
목이 따끔한 게 ‘혹시 코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힘이 없고 열도 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감염자가 늘다 보니 걱정은 마치 현실이 되는 듯했다. 과거 한차례 감염 경험이 있던 터라 재감염에 대한 우려는 더 컸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던데’, ‘면역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삽시간에 덮쳤고 일주일 내내 눈만 뜨면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꺼냈다. 결과는 항상 ‘음성’이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감염됐다고 단정 지은 듯 회복되지 않았다. 급기야 검사결과가 잘못됐을 거란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문득 부정적인 생각이 정상적이었던 현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정 바라는 것이 감염되지 않은 것인지,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착각이 들었다. 인간은 하루에 많게는 6만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이 중 80%가 부정적인 생각이며, 생각의 95%는 이전에도 했던 것을 반복한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한다면 1초에 1번꼴로 생각을 하고, 10번 중 8번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된다. 행복이 생각을 통제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부정적 사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잘 알려진 사례는 과거 캄보디아에서 냉동창고에 갇혔던 선원이 숨진 사건이다. 냉동고는 고장이 나 내부 온도가 섭씨 18도가 넘었지만, 선원은 자신이 냉동창고에 갇혔다는 사실에 극도의 추위를 느끼다 결국 숨졌다고 한다. 이는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약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현상 ‘노시보 효과’를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경우 뇌졸중 확률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부정적인 생각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더 강조하는 효과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낙관주의자이자 세계적인 강연가 사이먼 샤이넥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편향에 따라 반사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스키선수들에겐 ‘나무를 피해’가 아니라 ‘눈길을 따라가’라고, 파일럿에겐 ‘장애물에 충돌하면 안 돼’가 아니라 ‘하늘로 날아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991년 일본 아이모리 현에 태풍이 몰려오면서 그 지역 사과 농사를 다 망쳤다. 재배 중이던 사과의 90%가 바닥에 떨어져 주민들은 근심에 빠졌다. 하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보며 달리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력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보며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팔았고, 일반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모든 상황에는 동전처럼 양면이 있다. 같은 어려운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어려움 속 부정적인 생각은 본능이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유도 우리에게 주어졌다. 의지를 갖고 부정적인 생각을 헤집고 나온다면, 분명 가려져 있던 긍정적인 길을 볼 수 있다.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상황 부정적 사고 합격 사과 지역 사과